임신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었던 지난 3월의 임신은 생리 예정일 +2일에 홍양이 찾아왔으므로 특별한 다른 이유가 없는 한 화학적 임신인 것으로 혼자 결론 내렸다.
가임기 이후 14일의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어 이제 배란기 +7일이 되었을 때, 나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도 늦은 나이에 한 임신이라 남의 일 같지 않고 함께 기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지인과 통화를 하고 이제 재택근무 준비를 하고 있던 그날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메슥거림은 지난달 나로 하여금 “임신 아닐까..?”라고 착각하게 만든 느낌과 동일한 느낌이었다. 일명 morning sickness! 착상 시기에도 입덧이 생길 수 있을까? 검색을 해 보려다 지난달 메슥거림이라는 느낌이 있었음에도 임신이 실패했었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그냥 무심하게 넘기려 노력했고, 컴퓨터를 켜고 근무를 시작하면서 그냥 잊어버렸다.
“그래 언니도 임신이 되었잖아. 언니는 나보다 2살 더 많고, 임신 시도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성공했잖아.. 나이 들어도 아기는 아무 문제없이 찾아올 수 있어.. 그래 그럴 수 있어..” 방금 전 지인과의 영상통화 후 나의 마음은 조금 더 들뜨고 기대감은 더 커져갔다.
동일한 이상을 가진 남자 친구와 함께 공부와 취업준비 그리고 취업 후 적응으로 10년여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늦어진 결혼과 임신 계획. 자연스러웠지만 불안하지 않았던 것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불안감이 늘 깊게 나의 마음 안에 자리잡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내 주위에 나와 같이 공부와 다른 이유들로 결혼을 한 이후에도 자녀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무자녀의 인생을 30대 후반까지 살고 늦게 출산을 한 “언니” 또는 “선배”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에 오랜만에 방문했을 때 보건소 임신 전 검사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내 AMH(항뮬러관 호르몬) 수치가 1.8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산부인과 내진 때 의사로부터 난소에 조금 큰 물혹이 있고, 나이가 38세이니 바로 난임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을 때 가슴 한편 불안한 마음은 있었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 메슥거림을 느낀 그날 이후로 이틀에 한 번 헛구역질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생리 예정일 지난달과는 다르게 아주 미세하게 나오는 갈색 혈도 느껴지지 않고 정말 홍양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아주 평안한 자궁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임테기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컸기에 애써 모르는 척 며칠을 더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생리예정일 +4일이 되는 날 아침 임테기 선명한 두 줄을 통해 나의 임신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