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확인한 후 나도 다른 선배 산부들처럼 임신 xx주차 증상 이런 글들을 올려 보고 싶었다.
그러나 임신 확인 전부터 천천히 시작된 입덧, 정확히 말하면 먹덧+체덧+토덧 때문에 도저히 업무 외 다른 것들을 집중해서 해낼 수가 없었다.
나의 임신 초기 x주차 증상은 첫째도 입덧, 둘째도 입덧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후각의 발달, 한밤 중의 빈뇨 현상, AND 약간의 우울증? 후각이 너무 발달하여 멍멍이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여하간 그토록 바랬던 임신이었지만, 임신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울렁거림과 입덧으로 괴로울 때마다, “대체 임신이 이렇게 힘들다는 걸 왜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은 거지?” 혼자 생각하며 짜증을 냈다.
평소 건강을 자부하던 나는 생애 처음 느껴보는 이 불편한 감정을 두 달 넘게 매일매일 느끼게 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 타국서 거주 중이므로 입덧 중 간간히 먹고 싶은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없는 내 상황 때문에 하루하루 더 우울하고 속상했다.
(다행히 남편은 청소, 요리, 설거지 아무튼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샤워나 이빨닦기외 모든 것을 다 감당하면서 두 달간의 시간을 견뎌내 주었다. 고마워 여보.)
나의 이러한 우울한 생각들이 조금 누그러지기 시작한 건 10주 3일 어렵게 예약한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첫 번째 미팅에서 태아 초음파를 보았을 때였다. 그전까지는 아기가 잘 크고 있는 건지 어떤 건지 도무지 알 수도 없었고, 입덧으로 항상 정신이 몽롱하여,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내 자궁에 편안히 누워 자고 있는 엄지공주 같은 태아를 본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졌다. 내 몸속에 정말로 한 생명이 자라고 있구나.. 네가 거기 그렇게 누워 있었구나.. 엄마가 지켜줄게..
임신은 정말 긴 여정 같다. 한참을 보낸 것 같은데도 겨우 13주, 아직 27주나 남았다 T.T
이 27주의 기간 동안 어떤 새로운 것들 경험하게 될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