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17주

임신 17주

8월 첫째 주 17주 검진을 받았고, 먼저 의사는 공보험에서 커버되는 3번의 정밀 초음파 이외의 다른 초음파를 볼 생각이 있는지 남편과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초음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이에게 너무 잦은 초음파가 악영향을 주지는 않는지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이에 대해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발육상태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산모의 태반이나 자궁 상태를 함께 체크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초음파가 단지 사진을 찍자고 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기로는 15분 이상의 초음파 검진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특별히 해가 되는 것은 없다고 얘기했다.   

남편과 나는 그렇다면 총 4번 정도 추가 초음파를 할 생각이 있다고 대답했다. 추가 초음파의 경우 내가 다니는 praxis의 경우 매회 50유로이다. 

이후에 의사는 질내 염증이 있는지 검사했고, infection은 없지만 질내 ph수치가 불안정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Valgisan Milchsaure-Bacterien이라는 약을 추천했다. 캡슐 타입으로 약 8일간 취침 전 질내에 삽입하면 되는 약이다. (약국에서 17유로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했고, 사용 중인데 사실 별다른 질염 증상이 없고, 귀찮아서 매일매일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초음파가 진행되었고, 아들의 손가락 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사는 손가락을 빠는 것은 엄마의 젖을 빨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는 것인데 이렇게 빨고 삼키는 행위를 통해 식도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폐와 신장 발달까지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정밀 초음파만큼은 아니지만 구석구석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발달과정 특히 심장의 발달과정에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음파 이후 의사는 우리에게 질문 사항이 있는지 물었고, 우리는 

1. 임신 중기 양수가 새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2. 임신 말기에 양수가 새는 현상으로 아기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는데 혹시 리트머스 같은 것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독일어로 어떻게 불리는지 

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우리를 보며 웃으면서 우리가 말한 두 경우의 발생 확률은 확연히 낮고, 본인이 양수의 양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었던 건, 양수가 새고 있는지 의심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발육상태 체크를 엄마의 자궁 내 양수의 양을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만약 양수 확인용 리트머스지가 필요하면 임신 말기에 다시 한번 얘기하면 본인이 조금 주겠다고 대답해 주었다. 🙂

사실 이날 검진을 가기 전에는 조금 귀찮은 마음이 있었다. 상사에게 아직 임밍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병원 가는 것 때문에 남편과 함께 시간을 빼는 것도 그렇고 다녀와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는 것들도 그렇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다녀와 아들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번 생명의 탄생뿐만이 아니라 주차마다 모든 태아에게 나타나는 어떤 공식과 같은 이 발달과정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더불어 태아의 발육과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겁고 재밌다. 요즘 들어 아주 미세하지만 태동까지 느끼니 더 그렇다 (처음에는 기생충이 기어 다니는 느낌이라 조금 징그럽게 느껴졌지만.. ㅎㅎ). 몇 년 전 임신 출산한 선배 언니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xx아. 임신 참 재밌는 경험이야. 그리고 진짜 새로운 경험. 한 번 경험해 볼만 해..” 

선배 언니가 했던 말의 의미를 검진 횟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더 많이 이해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