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

31 Aug 2022

여름휴가 마지막 날, 아침 일찍 그간 우리 집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신 시어머니를 기차역까지 얼른 모셔다 드리고, 부랴부랴 산부인과로 출발했다.

오늘은 공보험에서 커버되고 임신 중기에 하는 2번째 초음파 검사를 할 예정이다 (내가 가입한 공보험 tk는 독일 임신 초, 중, 후기 이렇게 3번의 초음파를 무상으로 커버해준다.)

산부인과 들어서자마자 늘 하던 루틴대로, 소변검사/혈압 및 몸무게 체크를 해 주고.. 그다음 진료대기실로 이동하려는데 간호사가 나를 stop 시키더니 나는 톡소플라스마(기생충에 의한 감염성 질환) 면역체를 보유하지 않았으므로 임신 30주가 되는 시점까지 1-2번 정도 더 피검사를 해서 감염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30주 이후에는 설사 이 질환에 감염이 되더라도 태아에게는 큰 위험이 없다고 했다. 

어디에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독일 사람들은 이 면역체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이 면역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남편과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 질환에 걸리지 않았는데 굳이 임신기간에 안 그래도 먹는 것에 각별히 조심하는 이때에 톡소플라스마증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을까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라고 하니까 추가 비용(랩에서 진행되는 검사비용 포함 50유로 정도)을 내고 피검사를 또 했다. 이제 피검사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독일은 정밀 초음파라는 것은 없는 것 같고, 아이의 발달 상태를 그냥 점검해주는 정도의 초음파 검사를 해 주는 것 같다. 의사는  그날도 차근차근 머리부터 엉덩이 길이, 몸통 둘레, 다리 및 팔 길이 등등을 체크해 주더니 우리 아이의 신체 관련 모든 수치가 거의 50% 즉 중간값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 자세히 초음파 사진을 확인해 보니 머리둘레 수치가 10%밖에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뭔가 아이의 머리둘레가 작으면 순산할 확률이 높아질 것 같은 느낌에 설레었다. 그러나 머리통이 워낙 작은 남편은 나에게 머리둘레가 작으면 똑똑하지 못한 아이가 나올 것 같아(경험담?) 걱정된다고 조바심을 내었다. 막상 남편의 말을 듣자 하니 그런 것 같았다. 

이제 20주인 태아의 머리둘레를 두고도 이렇게 걱정이 되니, 막상 애를 낳아서 키우다 보면 얼마나 살 떨리고 걱정되는 때가 많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임신하고 나서 제일 먼저 다짐했던 것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였다. 부모의 기대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부모에게 받기만 했으니 이제는 주는 삶을 살고 싶어 아기를 갖자고 했던 남편처럼 나도 그저 주는 엄마가 되자..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