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5주

2022년 9월 마지막 주, 25주 3일째, 한국에서 그 유명한 공포의 임당 검사를 받는 날, 공복으로 오지 말라는 간호사의 지시대로 (구체적으로 몇 시간 전까지만 음식물 섭취를 하라는 지시사항은 없었음.) 병원 방문 전 1시간쯤 아침으로 과일과 아몬드를 챙겨 먹고 praxis를 방문했다.

설탕물을 먹고 구토감을 느꼈다 이런 후기들을 보고 조금 흠칫하긴 했지만 일이 많아 정신없었던 때라 별생각 없이 검사에 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검사 전 1시간에 단 과일(골드키위 먹었음)과 사과를 먹고 갔으니 거기에 설탕물 50ml 추가! 를 했으니 혈당이 낮게 나올 리가 없었는데,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135mg/dl 컷에 150mg/dl으로 1차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만약 임당 테스트는 1차에 꼭 통과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적어도 2시간 전에 음식물 섭취를 끝내고 아침이라면 달지 않은 시리얼 정도를 먹고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독일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1차 임당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2차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은 한국과 달리 공복에서의 채혈을 포함하여 4번이 아닌 3번이라는 것이고,  4번의 채혈 결과 중 2번이 기준 혈당 치보다 낮으면 통과인 한국과 달리 공복을 포함 모든 3번의 혈당치가 통과를 해야 2차 임당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2차 테스트 진행 순서 및 지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공복혈당이 추가되는 검사이므로 채혈 전 8시간 금식이 요구된다 (나의 경우 아침 8시 30분 공복 채혈을 시작했다).

2. 공복 채혈을 하자마자 설탕물 (구체적인 용액 이름은 모름) 75ml를 흡입한다.

3. 대기실에서 1시간 대기 후, 채혈

4, 다시 대기실에서 1시간 대기 후, 채혈.

5. 준비해 온 아침을 먹는다 (이건 차 안이나 다른 곳에서 해도 상관은 없다)

소요시간은.. 공복 채혈 후 정확히 2시간 10분 뒤에 병원에서 나왔다.

나는 공복에 설탕물이 힘들었다는 후기들과 다르게 공복이 아닌 아침을 먹고 갔을 때(1차) 오히려 설탕물이 더 역하게 느껴졌다. 2차는 배가 고파서였는지 설탕물도 맛있게 마심 ㅎㅎ. 

오히려 2차가 공포의 임당 검사라는 게 이해가 되었던 것은 3번 채혈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혈당검사를 담당한 친절하지만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은 간호사는 왼쪽 팔, 같은 정맥에서만 3번의 채혈을 했고, 하루가 지난 나의 왼쪽 팔 해당 정맥 부분은 퍼렇게 멍이 쫙 들었다. 

임신 확인을 위해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한 이후, 벌써 니프트다, 톡소플라스마 검사다 임당 검사다 하며 채혈을 총 7번 했다. 앞으로 몇 번의 채혈을 더 해야 하는 걸까.

혹시라도 채혈이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주삿바늘에 대한 약간의 공포감을 늘 느낀다) 임신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인 듯하다.


* 에필로그: 다행히 2차 임당 검사를 통과했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음.

– 공복혈당: 88 mg/dl

– 설탕물 섭취 1시간 후 혈당: 147 mg/dl

– 설탕물 섭취 2시간 후 혈당: 114 mg/dl